후기

<엘리먼트브루> 책 읽기 좋은 진주 동성동 감성 카페 +진주 예찬

류선선 2025. 6. 28. 20:00

고기국수 먹은 뒤 급 달달한 게 당겨서 방문한 카페가 너무 좋아서 쓰는 진주 예찬 글

10대 시절, 나는 늘 서울에서 살고 싶었다. 좋아하는 연예인의 공연은 대부분 서울에서 열렸고, 가고 싶은 전시회나 축제도 늘 서울에 있었다. 그래서 잠시나마 서울에 살며 그 소망을 이뤘지만, 코로나 시기를 겪으며 다시 본가로 돌아왔다.

그리고 여러 사정 끝에 지금은 진주에 살고 있다. 요즘 나는 점점 진주와 내가 꽤 잘 어울리는 한 쌍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자주 친구를 만나지 않아도 괜찮고, 사람이 많은 곳에 있으면 금세 피로해진다. 그래서 서울은 내 성향과 맞지 않는 도시였다는 걸 일찍 깨달았다.

어떤 무지한 서울 사람은 어떻게 서울의 인프라를 포기하느냐고 묻겠지만, 나는 서울과 진주 두 곳 모두 살아본 사람으로서, 인프라의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진주에도 대부분의 시설이 갖춰져 있고, 특히 병원은 수준이 높다. 노인 인구 비율이 높다 보니 의료 인프라가 잘 발달해 있고, 노후를 생각할 때도 안심이 되는 지역이다.

실제로 진주의 여러 병원에 다녀보며 대부분 꽤 만족스러웠다. 오히려 대형 병원보다도 개인 병원이 전문성과 친절에서 더 나은 경우가 많았다. 요즘은 인터넷이 정보의 바다가 아니라 광고의 바다가 되었기 때문에, 이름만 보고 찾아가는 시대는 끝났다고 생각한다. 서울에서 살 때 이 점을 더 뼈저리게 느꼈다. 유명한 프로그램에 소개된 가게들을 찾아갔지만 대부분 기대에 못 미쳤고, 내가 아르바이트했던 브런치 카페도 블로그 리뷰로 유명했지만, 음식 맛은 형편없었다. 심지어 요리를 가르쳐준 분이 사장님을 혼낼 정도였다.

또 서울은 언제나 사람이 많았다. 웨이팅은 일상이었고, 코인 노래방을 이용하려면 줄을 서야 했다. 그 풍경을 처음 봤을 때의 충격은 잊히지 않는다. 영화 한 편 보려면 며칠 전부터 예매해야 했고, 전시회는 가격이 부담돼 자주 가기 어려웠다. 서울에서만 할 수 있다고 믿었던 덕질도 시간이 지나자 점점 지겨워졌다.

게다가 낯선 사람과 마주쳤을 때 무례한 경우가 많았고, 경상도 토박이인 나는 자주 이방인의 기분을 느꼈다. 지금은 진주에서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일하며 그런 감정이 덜해진 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나는 운명을 따라 진주에 머물게 되었고, 진주의 도서관과 산책로, 그리고 우연히 발견한 내 취향의 카페들을 사랑하게 되었다.

그중 하나가, 책을 사랑하는 내 취향을 정조준한 카페. 바로 진주 동성동에 있는 <엘리먼트브루>다.



 

까눌레와 에그타르트, 라테가 유명한
<엘리먼트브루>
<영업시간>
화요일 정기휴무
월, 수~일 12:00 - 22:00
라스트 오더 21:30

영문으로는 <Element Brew> 자연의 요소를 우려낸 음료라는 뜻일 것 같다(확실하진 않음). 다양한 과일로 만든 소르베와 파르페가 유명하고, 옥수수, 체다치즈를 넣은 에그타르트가 맛있는 곳이다. 그리고 음료는 라테를 앞세우는 곳인지, 가게 설명에 라테가 유명한 곳이라 적혀있다. 음료와 디저트도 특별하지만, <엘리먼트브루>는 책 읽기 좋은 것이 장점인 카페이다.
 
 

한 명만 왔을 때 앉기 좋은 자유석. 다양한 책이 쌓아져 있고, 은은한 간접조명 근처에서 감성 있게 책 읽기 좋다. 배치되어 있는 책을 살펴보니 내가 흥미 있을 것 같은 책이 많아서 좋았다. 오늘은 글을 쓰기 위해 온 거라 아쉽게도 책을 읽지 못했지만, 다음에는 책을 읽기 위해 따로 찾아와야 할 것 같다. 갑자기 가고 싶어 져서 찾아본 카페인데 너무 내 취향이라 기분이 좋았다. 오늘 운이 참 좋다.
 

문 근처에 있는 좌석. 밖 풍경을 보며 커피를 마시고 싶다면 좋은 자리다. 꽃을 꽂은 화분이 아름다웠다.
 

3~4인석 4개. 친구들과 오면 앉기 좋을 것 같다. 나는 혼자 와서 앉지 않았다.
 
 

구석구석 인테리어 신경 쓴 티가 나서 좋았다. 서울 카페 부럽지 않구먼.
 

빈티지스러운 메뉴판과 주문 및 자리 이용 안내. 사람이 꽉 찼을 땐 어쩔 수 없이 소란했지만, 평소에 책 읽는 분위기를 권장하는 카페인만큼 조용한 이용을 권장하는 것 같다. 그렇다고 시끄럽다고 사장님이 눈치를 주시진 않는다.


<엘리먼트브루> 메뉴

<엘리먼트브루>인 만큼 브루 메뉴가 제일 먼저 나온다. 하지만 나는 카페인에 민감한 편이기에 패스.


그리고 브루가 아닌 커피 메뉴가 나오고


 커피가 들어가지 않는 음료를 따로 소개해준다. 말차크림라테와 밀크티. 그리고 탄산인 소다.


그리고 홍차와 시즌 한정 메뉴가 나온다. 리뷰를 보니 파르페나 소르베가 예쁘던데, 조만간 다시 와서 먹어보고 싶다.





말차크림라테 5,500원
에그타르트 3,200원

안 그래도 요새 말차가 먹고 싶었던 차라 말차크림라테를 주문.
에그타르트는 종류가 많았는데, 나는 기본 에그타르트를 시켰다.

초코 에그타르트 3,500원
체다치즈 에그타르트 3,700원
옥수수 에그타르트 3,700원

다양한 구움 과자와 바닐라 까눌레와 레몬 케이크, 아몬드 초코 휘낭시에, 망고레어치즈케이크 등 디저트가 많았지만, 기본 에그타르트는 실패하는 법이 없기 때문에 먹게 되었다.


구불구불한 디자인이 특이한 에그타르트. 기본 에그타르트였지만 <엘리먼트브루>만의 특색이 들어갔다는 느낌이다.


지금까지 먹었던 에그타르트와 다르다고 느꼈던 이유 또 하나... 칼로 자르면 케이크처럼 일직선으로 잘라지는 다른 에그타르트와 다르게, 여기 에그타르트는 여러 갈래로 박살이 난다....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겉은 바삭하고 속은 말랑 촉촉했다... 마치 푸딩을 먹는 느낌? 너무 맛있다. 그래, 맛만 좋으면 됐지.


말차 크림 거품이 올라간 나의 말차크림 라테. 오? 뭔가 말차 색이 몹시 진한 느낌. 좋은데?


이쁘게 생겼다. 우유와 말차가 완전히 섞인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작은 숟가락으로 잘 저어서 먹어야 한다.


말차 크림과 우유를 섞여 부드러운 질감을 느낄 수 있다. 마실 때 엄청 부드럽게 넘어간다. 요즘 프랜차이즈 카페의 과하게 단 음료에 질려버렸는데, 역시 희망은 개인 카페에 있었다. 적당히 달고 부드럽게 잘 넘어가는 말차크림라테... 정말 맛있다. 얼음이 녹은 뒤 물과 섞여 차갑고 맹맹하게 먹을 때도 맛있다. 책 읽으면서 한 잔 딱 마시기에 정말 좋을 것 같다.



강박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지키려고 했던 시절도 있었는데, 요즘은 마음이 이끄는 대로 행하는 일이 많아졌다. 그래서 기대하지 않았던 기쁨과 행복을 느끼는 일이 많아졌다. 우연히 발견한 내 취향의 카페. 노래 가사를 쓸 때 넣고 싶을 만큼 감미로운 한 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