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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에세이

폴리매스, 제너럴리스트, 스페셜리스트 뜻과 삶의 고찰

by 류선선 2025. 6. 23.

https://youtu.be/P6PAA7pep-M?si=5nj153qSl8yk_qtD



대학 시절 인상 깊었던 수업이 있다. 제너럴리스트에 관한 TED 강의였는데, 교수님은 다양한 분야의 넓은 지식을 통한 창의적 사고를 강조하고자 이 수업을 열고 싶으셨다고 했다. 이 수업이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이유는 나 역시 다양한 분야의 지식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 자신이 제너럴리스트라는 점에서 깊이 공감할 수 있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았다. 배우고 싶은 것도, 경험하고 싶은 것도 많았다. 친구들이 하고 싶은 직업이 없어서 고민할 때, 나는 하고 싶은 것 중 어떤 하나를 골라야 할지 몰라 고민했다. 그래서 20대 초반에는 여러 분야에 도전하고 배우면서, 진짜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으며 얻은 지식을 나의 삶에 적용해 보고 싶었다.

그러다 힘든 시절, 웹툰이 나의 유일한 삶의 의미라 생각하며 몰두하기 시작했다. 웹툰만이 이 삶을 살아야 하는 이유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하나에만 몰입하며 깨달았다. 꼭 하나만 보고 달려갈 필요는 없다는 것을 말이다.

나는 웹툰, 소설, 가사, 일기 등 다양한 형식으로 창작을 해왔다. 최근에는 음악 제작과 발매를 목표로 클래스 101에서 작곡 수업을 들었고, 창작의 모든 과정을 기록하고 싶어서 블로그 운영도 시작했다. 어릴 적엔 ‘이 정도로 예술인이라고 해도 되나?’ 싶어 겸손하고 낮은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지금은 확신한다. 나는 예술로 생각과 감정, 삶을 표현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사람이다.

세상엔 예술인이 될 수밖에 없는 사람이 있다. 생각이 너무 많아 예술로 풀어내지 않으면 추락하는 사람. 예술과 함께 걸어야 삶의 길을 찾아갈 수 있는 사람. 나는 그 사실을 깨닫지 못했을 때조차 이미 예술 활동을 하고 있었다.

나는 심리학, 뇌과학, 정신의학 등 인문 사회계 학문을 꾸준히 탐구했고, 이를 바탕으로 나의 성격과 삶을 더 깊이 이해하고 예술적으로 표현할 수 있게 됐다. 단순히 정보를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양한 분야를 연결하고 사유하며 창작물로 풀어냈다. 그 과정에서 나는 알게 되었다. '나는 제너럴리스트를 넘어 폴리매스형 인간이 되는 과정에 있구나.'라는 것을.



🔍폴리매스(polymath)란

여러 분야에 걸쳐 깊이 있는 지식과 통찰력을 가진 사람.
단순히 다양한 분야에 관심만 있는 게 아니라, 실제로 학문, 예술, 과학 등 여러 영역에서 뛰어난 성과를 낸 사람을 말한다.



💬 관련 개념

제너럴리스트: 다양한 분야에 넓은 지식이 있는 사람. 깊이는 상대적으로 부족할 수 있음.

스페셜리스트: 특정 분야에 깊은 전문성을 가진 사람.

폴리매스는 둘의 특성을 모두 가진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 어원

그리스어 poly-(많은) + manthanein(배우다) → polymathēs → "많이 배운 사람"



✅ 폴리매스의 특징

1. 다방면에 정통함

과학 + 예술, 수학 + 철학, 문학 + 기술 등 다양한 분야를 자유롭게 넘나듦

2. 융합적 사고

각 분야의 지식을 연결해 창의적인 해결책을 만들어냄

3. 지식욕과 자기 주도 학습력

단순한 관심이 아니라, 자기 주도적으로 깊이 파고듦

4. 시대를 초월한 사고

하나의 시대나 유행에 묶이지 않고, 근본적이고 원리적인 사고방식을 가짐



🧠 역사 속 유명한 폴리매스

레오나르도 다 빈치

미술, 해부학, 공학, 천문학


아이작 뉴턴

수학, 물리학, 천문학, 신학, 연금술


벤저민 프랭클린

정치, 과학, 발명, 저술



아리스토텔레스

철학, 생물학, 윤리학, 정치학



📌 현대에 폴리매스가 드문 이유

현대는 지식이 너무 세분화되어 있어서 하나의 분야만 파기도 어려움.
대신 T자형 인재(한 분야에 깊고, 여러 분야에 넓은 지식)나 학제간의(interdisciplinary) 접근을 강조하기도 함.


🌏폴리매스를 달갑게 보지 않는 한국 사회

고등학교 시절 나는 연기를 하며 웹툰도 그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때 엄마는 그게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했다. 20살엔 되든 안 되든 연기를 배우며 입시에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 어른은 "대학 가서 동아리나 해"라고 했다. 그들의 말은 현실적인 것처럼 들렸지만, 내 선택에 대한 존중은 전혀 없었다.

나는 내가 번 돈으로 연기 학원에 다녔다. 시간과 노력을 들여 배웠다. 그리고 실패했다. 하지만 그 경험은 나를 성장시켰다. 노래와 연기, 무용에 대한 시야를 넓혀주었고, 실패 속에서 내가 어떤 걸 배우고 어떻게 단단해질 수 있는지도 알게 됐다.

내가 실패할 권리를 타인이 빼앗을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 그러나 한국 사회는 종종 조언이라는 이름으로 개인의 삶을 무례하게 침범한다. 그래서 무언가를 시작할 때 주변에 말하지 않는 한국인들이 많은 것이다.

한국 사회는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거나 배우려는 것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 전공과 다른 걸 배우고 있다고 하면 왜 뜬금없는 짓을 하느냐는 눈빛을 받는다. 시간 낭비 아니냐는 말도 듣는다. 어떤 사람들은 "자기는 겁이 많아 시도도 못 했는데"라며 열등감에서 그런 반응을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들의 심리를 굳이 추측하고 싶지 않다. 타인의 선택을 존중하지 못하는 그 태도만으로도 그것이 옳지 않다는 걸 충분히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인의 평균 수명은 80세고, 이젠 100세 시대라고도 한다. 사람은 평생 7번 직업을 바꾼다고 한다. 20살부터 일을 시작한다고 해도 하나의 직업을 평균 11년밖에 하지 않는 셈이다. 그런데도 한국 사회는 여전히 한 분야만 공부하고, 하나의 직업만을 위해 인생을 써야 한다고 말한다.

직업 선택에서 경제적인 고려는 중요하다. 그러나 삶 전체가 돈을 중심으로만 돌아가면 그것은 너무 세속적이고 저급한 삶이 된다. 그 둘의 차이를 알아야 한다. 돈은 삶의 조건일 수 있어도 삶의 본질은 아니다.

내 자유가 침범당했던 그 시절로부터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나는 여전히 같은 생각을 한다. 세상이 요구하는 하나의 정답보다 내가 스스로 찾아낸 나만의 연결과 흐름을 믿어야 한다고. 삶의 끝에서 더 적은 후회를 남기려면 그 방식이 옳다고 믿는다.

폴리매스로서의 삶은 하나에만 몰두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한다. 나는 다양한 것을 깊이 사랑하고 탐구하는 사람이다. 그 길이 때론 비효율적이고 불안정해 보일지라도, 내 삶은 언제나 호기심과 창의의 파동 속에서 진동할 것이다.

나는 내가 가진 이 복합적인 관심과 사유의 힘을 믿는다. 조금씩 단단해지면서도, 동시에 더 유연한 인간으로 살아가고 싶다. 나는 폴리매스다. 그런 나에게 세상은 늘 신선하고 흥미로운 곳이다.